부처님은 말씀 하셨다.

일곱 가지의 보시가 있는데 이 보시는 제물이 없어
도 된다.
첫째는 눈으로 보시를 하는 것이다. 항상 좋은 눈
빛으로 부모, 스승, 사문, 바라문들을 대하는 것을
눈 보시라 한다. 이렇게 눈 보시를 하는 사람은 죽
은 후 내세에 태어나더라도 청정한 눈을 얻게 되고,
또 미래에 부처가 되어 하늘 눈, 부처 눈을 얻게 되
는데 이것이 첫째 과보이니라.
둘째는 온화한 얼굴과 즐거운 얼굴빛을 보시하는
것이다. 부모, 스승, 사문, 바라문들에게 찡그린 얼굴
로 대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내세에 태어나
더라도 아름다운 얼굴로 태어나게 되며, 이것이 둘
째 과보이다.
셋째는 말로 하는 보시이다. 부모, 스승, 사문, 바라
문에게 부드러운 말을 쓰고 험한 말은 쓰지 않는 것
이다. 이런 사람은 내세에 태어날 때 말을 잘하는
재주를 타고나며, 그가 하는 말은 모든 사람들이 신
뢰를 하게 된다. 또 미래세에 부처가 되어서는 네
가지 변재를 얻게 된다. 이것을 셋째 과보라 한다.
넷째는 몸으로 하는 보시다. 부모`스승`사문`바라문
들을 보면 항상 일어나서 맞이하며 예배를 올리는
것이다. 이것이 몸의 보시라 한다. 이런 사람은 내세
에 태어날 때 아름답고 건장하며 남의 공경을 받게
되는 몸으로 태어난다. 또 미래세에 부처가 되어서
는 냐그로다 나무처럼 그 정수리를 볼 수 없게 될
것이니 이것이 넷째 과보이다.
다섯째는 마음의 보시이다. 위에 말한 것처럼 아무
리 받들고 공양한다 해도 마음이 온화하고 착하지
않으면 보시라 할 수 없다 착하고 온화한 마음으로
정성껏 공양하는 것이 마음의 보시이다. 이런 사람
은 내세에 태어날 때 밝고 깨끗한 마음에 총명함을
지니게 되니 이것이 다섯째 과보이다.
여섯째는 자리의 보시이다. 만일 부모`스승`사문`바
라문들을 보면 자리를 펴 앉게 하거나 자기가 앉은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사람은 내세
에 태어날 때 칠보로 된 귀중한 자리를 얻게 될 것
이다. 또 미래세에 부처가 되어서는 사자법좌를 얻
게 될 것이니, 이것이 여섯째 과보이니라.
일곱째는 방이나 집에서 하는 보시이다. 부모` 스
승` 사문 ` 바라문들로 하여금 집안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사람은 내
세에 태어나서는 궁전 같은 집을 얻게 된다. 또 미
래세에 부처가 되어서는 온갖 선방을 얻게 될 것이
니, 이것을 일곱 번째 과보라 하느니라.
이 일곱 가지 보시는 구태여 재물을 쓰지 않아도
큰 과보를 얻게 되는 것이다.

(잡보장경)

대게 보시라 하면 무언가 물질로써 베푸는 것만을
알고 있는 우리 불자들은 이 말씀을 보는 순간 눈이
번쩍 뜨일 것이다. 나는 부처님이 말씀하진 이 일곱
가지의 보시에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덕성
을 보았다. 어찌 부처님의 말씀을 배우고 따르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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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계이라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들 부부는 몹
시 가난하여 품팔이로써 겨우 연명해 가는 처지였
 

다.
어느 날 그는 다른 장자들이 모두 절에 가서 큰 보
시회를 베푸는 것을 보고는 잠자리에 누워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나는 전생에 복을 짓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가
난한 것이다. 그런데 저 장자 같은 이들은 전생에도
복을 지었고, 금생에도 복을 짓고 있다. 그러나 나는
금생에도 복을 짓지 못하니 내생에는 더욱 가난에
시달릴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니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렸다. 옆에
누워 있던 부인이 남편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그 이유를 묻자 남편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남들은 복을 닦아 늘 즐겁게 사는데 나는 복을 닦
을 재물조차 없는 것이 한이 되는구려. 이런 생각을
하니 눈물이 절로 흐르는구려."
"눈물을 흘리면 무엇합니까? 제 몸을 팔아서 그 돈
으로 복을 짓도록 하십시오."
"당신을 판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가란 말이오."
"만일 혼자 살아가지 못하시겠다면 둘이 함께 몸을
팔아 공덕을 닦도록 합시다."
이렇게 합의를 본 부부는 어떤 큰 부잣집에 찾아가
앞으로 7일 후에 갚지 못한다면 평생 종이 되겠다는
약속을 하고 돈 열 냥을 꾸었다. 이들 부부는 이 돈
으로 절에 가서 보시회를 열겠다는 약속을 하고 날
짜를 받았다. 이들은 떡을 만들기 위해 쌀을 찧으면
서 서로를 위로하였다.
"지금 우리는 힘을 다해 복업을 짓고 있다. 그러나
만약 날짜를 어겨 남의 집 종이 되면 복덕을 지을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부부는 밤낮을 쉬지 않고 부지런히 음식을 준비하
여 다음날이면 보시회를 열게 되었다. 이때 마침 나
라의 국왕이 와서 이들 부부가 열기로 한 보시회와
같은 날짜에 보시회를 열도록 요청해 왔다. 그러나
스님들은 국왕의 요청을 거절하며 말했다.
"비록 가난한 부부이지만 그들에게 약속해놓은 날
짜를 변경할 수는 없습니다."
"감히 임금의 요청인데도 날짜를 바꿀 수 없는 이
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국왕은 사자를 계이라에게 보내어 날짜를 양보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러나 계이라는 절대 양보 할
수가 없다고 잘라서 말하였다. 세 번을 간청했으니
세 번 다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왕이 직접 절에 와 있는 계이라를 찾아와서 물었다.
"너는 왜 날짜를 왜 양보하지 않고 왕과 다투려고
하는가?"
"저희들이 만약 날짜를 어기게 되면 남의 집 종이
되어 평생동안 보시회를 베풀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
입니다."
"그게 무슨 뜻인가?"
"예, 저희들은 전생에 복을 짓지 못하여 지금 이렇
게 가난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금생에도
복을 짓지 못한다면 뒷날에는 더욱 가난하게 될 것
입니다. 그래서 생각한 끝에 몸을 팔아 그 돈으로
보시회를 열어 복을 짓고자 한 것입니다. 만일 내일
까지 그 돈을 갚지 못하면 저희 부부는 그 집의 종
이 됩니다. 내일이 바로 칠 일째가 되는 날이기 때
문에 죽기를 각오하고 날짜를 양보하지 않은 것입니
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불쌍한 생각이 드는 것은 물론
드물게 보는 가상한 일이라 여겨 칭찬을 아끼지 않
았다.
"너야말로 가난한 자의 괴로움을 깨달은 사람이다.
빈약한 몸으로 강인한 몸과 바꾸었고, 빈약한 재물
로 튼튼한 재물과 바꾸었으며, 나약한 목숨으로 굳
건한 목숨과 바꾸었다고 할 만 하다."
왕은 그들이 베푸는 보시회를 오히려 도와주었다.
그리고 왕은 자신과 왕비가 차고 있던 패물과 입고
있던 옷가지를 그들 부부에게 주는 한편 많은 땅을
주어 농사를 짓게 하였다.

<잡보장경>
비록 가난하지만 매우 어질고 선량한 부부의 마음씨
가 우리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적셔 준다.
착하고 어진 마음을 소유한 인생은 행복한 인생이
다. 착하고 어질면 행복해진다는 뜻이 아니라 행복
하면 착하고 어진 마음이 떠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부처님을 향한 지극한 마음,
이 마음이 바로 어둠을 밝히는 촛불이 아니겠는가.
대게 지극한 마음으로 복덕을 짓는 다면 현세에서
얻는 과보고 있지만, 내세에 얻게 되는 과보는 더욱
크다는 걸 알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인과응보를 보
아서도 부지런히 복을 닦아 가난한 괴로움을 벗어나
야 하는데도 사람들을 게으름을 피우고 있으니 안타
까운 일이라 하겠다.
셰익스피어도 말했다
"저렇게 작은 촛불이 어쩌면 이렇게 멀리까지 비쳐
올까! 험악한 세상에선 선행도 꼭 저렇게 빛날 꺼야."

옛날 주암산에는 여러 성현들과 수도하는 스님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각국에서 이런 소식을 듣고 공양
하러 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어느 날 어떤 장자가 많은 식구들을 거느리고 주암
산 스님들에게 공양하러 가고 있었다. 이때 걸식하
여 사는 여자 한 사람이 이들의 일행을 보고 '지금
저 많은 장자들이 공양하러 가는 것을 보면 반드시
큰 법회가 열릴 것이다. 거기 가서 걸식해야 겠다'
하는 생각을 하며 그들을 따라 산으로 들어갔다. 때
가 되자 과연 많은 음식이 차려지고 산중의 스님들
이 모여 공양을 하는 것이었다.
걸식하는 여자는 한쪽 귀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많
은 스님들에게 공양하는 장자들을 부러워하며 이렇
게 생각했다.
'저 사람들은 전생에 복을 닦았기 때문에 지금 부
귀한 생활을 누리는데, 지금도 공덕을 짓고 있으니
앞으로는 더욱 훌륭하게 될 것이다. 나는 전생에 복
을 짓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걸식하는 신세가 되었
는데, 만일 걸식한다고 해서 복을 짓지 않으면 앞으
로는 더욱 빈궁하게 될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러다가 그녀는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
다.
'나에게 비상용으로 간직한 돈 두 냥이 있다. 설마
하루 이틀 굶는다고 해도 죽지는 않겠지. 돈 두 냥
이나마 스님들께 보시하여 공덕을 지어보자.'
그리하여 스님들의 공양이 끝나는 것을 기다렸다가
돈 두 냥을 보시하였다. 신도가 보시를 하면 원래는
유나스님이 축원을 하게 되어 있는데, 이날 따라 주
지스님이 직접 축원을 하는 것이었다. 여러 스님들이
의아스런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모두 못마땅하게 생각하며 수군거렸다.
"거지가 주는 돈 두 냥에 직접 나서 축원을 해주는것을
보면 평소에 돈에 대한 탐욕이 대단히 많았구나."
축원이 끝나자 주지스님은 그 여자에게 많은 음식
을 싸주었다. 그녀는 잔뜩 배불리 먹고 남은 음식을
머리에 이고 '보시를 하니 당장 좋은 과보를 받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기쁜 마음으로 산을 내
려오기 시작하였다. 배가 고팠던 차에 음식을 많이
먹고 나니 졸음이 쏟아졌다. 산의 중턱쯤의 어느 나
무에서 쉬다 그만 깊은 잠에 빠졌다.
마침 이때가 나라의 왕비가 죽은 지 7일이 괴는 날
이라 왕은 나라안에 사자를 보내어 후궁이 될만한
사람을 찾고 있던 중이였다. 사자가 어느 관상가에
게 후궁이 될만한 사람을 찾고 있다고 했더니 관상
가가 점을 치고 난 후 말했다.
"저쪽 황금빛 구름이 감도는 곳에 가면 반드시 좋은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사자가 관상가와 함께 그곳을 찾아가 보았더니 큰
나무 밑에 한 여자가 잠을 자고 있었다.
관상가가 그 여인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비록
옷차림은 남루하나 피부 빛이나 얼굴 모습에 복덕이
두루 갖추어져 있음을 알았다.
"바로 이 여자가 왕후가 될 복덕을 타고났습니다."
사자는 그 여자를 데리고 와서 깨끗이 목욕을 시킨
다음 왕비의 옷으로 갈아 입혔다. 그리고 1천 대의
수레와 1만 명의 기병들이 좌우를 호위하는 속에 그
녀를 데리고 왕궁으로 들어갔다. 왕은 그녀를 보더
니 매우 흡족한 마음으로 그녀를 맞아들였다. 이렇
게 뜻밖에 왕비가 된 그녀는 마치 꿈만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왕비는 정신을 가다
듬고 자신을 한번 조용히 되돌아보았다.
'내가 왕비에 오르게 된 것은 스님들의 은혜 때문
이다. 스님들을 보자 돈 두 냥을 보시하고 싶었고,
또 스님들이 나를 위해 축원을 해주셨기 때문이다.'
자신이 이렇게 된 것에는 스님들의 은혜가 있었음
을 알게 되자 즉시 왕에게 아뢰었다.
"저는 매우 빈천한 몸으로 지금은 왕비의 자리에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스님들의 은혜 때문이오니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합니다."
왕비는 왕의 허락을 맡은 후 많은 음식과 보물을
수레에 싣고 주암산으로 가서 스님들께 공양하였다.
왕비가 베푸는 음식과 보물이라 많은 스님들이 모여
큰 법회가 벌어졌다. 이를 바라보는 왕비의 마음도
매우 기뻤다.
그런데 왕비가 이 많은 음식과 보물을 싣고 왔는데
도 오늘의 축원은 주지스님이 하지 않고 유나스님이
나와 축원을 올렸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왕비가
주지스님께 불만스럽게 말했다.
"제가 전에 돈 두 냥을 보시했을 때에는 저를 위해
직접 축원을 해주셨는데, 오늘은 많은 보배를 가지
고 왔는데도 왜 축원해 주지 않습니까?"
그 옆에서 젊은 스님들도 이상하다는 듯이 서로 수
군거렸다.
"전에는 걸식하는 여자가 돈 두 냥을 보시했는데도
직접 축원을 하더니, 지금은 왕비께서 보물을 수레
에 싣고 왔는데도 축원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
망령이 들었나봐."
이때 주지스님이 왕비를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전에 돈 두 냥에는 축원을 해주더니, 지금은 보물
을 많이 갖고 왔는데도 제가 직접 축원을 하지 않는
다고 불평이 크신 모양입니다. 우리 부처님의 법에
는 보물을 중히 여기는 것이 아니라 오직 착하고 깨
끗한 마음을 으뜸으로 여깁니다. 왕비께서 전에 돈
두 냥을 보시할 때에는 깨끗하고 착한 마음으로 가
득 차 있었으나, 지금 많은 보물을 가지고 왔을 때
에는 뽐내려는 마음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왕비를 위해 축원하지 않은 것입니다."
주지스님은 이어서 젊은 스님들을 향해 따끔하게
일침을 놓았다.
"젊은 스님들도 남을 비방하거나 불평불만을 가지
지 말고 출가해서 수행하고 있는 뜻을 깊이 깨닫고
열심히 공부하도록 하시오."
여러 스님들은 물론 왕비도 주지스님의 말을 듣고
깊이 뉘우침과 동시에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잡보장경)
우리 불자들은 절에 가서 부처님에게나 스님들에게
잦은 보시를 행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보
시가 어떤 것인가를 알고 있는 불자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이 설화는 무엇이 참된 보시며, 공덕
이 되는가를 분명하게 일러주고 있다
우리 불자들도 깊이 음미하고 깨달아 참된 보시의
참된 공덕을 쌓도록 하자.

 

 

 

 

부처님께서 제자들을 데리고 구담미국의 미음정사로 가서 설
법을 하고 계실 때였다.
이 나라는 우전와이 다스리고 있었는데, 이 왕은 절조가 있으
며 마음이 매우 어질고 착한 큰부인을 사랑하고 있었다. 왕은
부처님이 자기 나라에 오셔서 교화하신다는 말을 듣고 부인과
함께 수레를 타고 부처님께 갔다. 부처님은 국왕과 부인, 시녀
들을 위하여 모든 것은 덧없고 괴로우며, 사람이 태어나는 원
인과 또 만남이 있으면 헤어지는 괴로움이 있다는 것과, 미운
사람과 만나는 괴로움에 대해 말씀하시고 나중에는 복을 지으
면 하늘에 태어나고 악을 지으면 지옥에 들어간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국왕과 부인은 그 자리에서 기쁜 마음으로 오계를
받고 신자가 되었다.
그 당시 이 나라에 길성이라는 한 바라문이 있었는데, 그는 16
세되는 딸을 두고 있었다. 이 딸은 천하일색의 아름다움을 타
고 났다. 아버지의 이 딸에 대한 자랑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
었다. 그는 딸의 미모에 대해서 천 냥의 금을 상금으로 걸었
다. 만약 90일 안으로 자기 딸에게서 흠잡을 데를 발견하는 자
에게는 이 상금을 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도응하는 사람
이 없을 만큼 그녀의 미모는 완벽했다. 그 딸이 장성하자 아버
지는 시집보낼 자리가 고민거리였다.
'누구에게 시집을 보내야 하나, 내 딸만한 사람이 있어야지!'
아버지는 오랜 고민 끝에 '내가 들으니 석가의 종족인 사문 고
타마가 세상에 드물게 얼굴이 황금빛이라고 한다. 내 딸을 그
와 짝짓는 것이 좋겠다'고 하는 생각이 떠올라 딸을 데리고 부
처님께 찾아갔다.
"제 딸은 세상에 둘도 없는 아름다움을 타고 났습니다. 이제
장성하여 시집을 보내려 하오니 세상에는 제 딸의 짝이 될 만
한 사람이 없습니다. 오직 고타마께서 제 딸의 짝이 될 것 같
기에 일부러 멀리서 찾아왔습니다."
이 말을 들은 부처님은 빙긋이 웃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대 딸의 아름다움은 그대 집에서나 좋아하는 것이고, 내가
좋아하는 것은 그런 아름다움이 아니오, 그대는 딸의 아름다움
을 자랑하지만 그것은 마치 아름다운 화병 속에 대소변을 담
아 놓은 것과 같은데 무엇이 그리 기특하며, 어디가 그리 좋다
고 하는가? 눈. 귀. 코. 입은 육신의 큰 도적이니 얼굴의 아름
다움은 바로 큰 근심거리일 뿐이오. 집을 망치고 친족을 멸하
며 부모를 죽이고 자식을 해치는 것은 다 여색 때문이오. 나는
사문으로서 혼자 사는 몸인데도 항상 위태로울까 두려워하는
데 하물며 도족의 재물을 받겠소. 그대는 딸을 어서 데리고 가
시오. 나는 받을 수 없소."
이 말을 듣고 바라문은 화를 내며 돌아갔다. 그는 부처님의 처
소를 떠나 곧장 우전왕에게 가서 자기 딸에 대해 소상히 설명
한 뒤 왕에게 아뢰었다.
"제 딸은 왕비가 될 만합니다. 이제 장성하였기에 대왕께 바치
고자 합니다."
왕은 즉석에서 흔쾌히 받아들여 둘째 좌부인으로 삼고, 바라문
길성에게 금은등의 보물을 하사하는 한편 정승으로 삼았다.
이렇게 해서 왕비의 지위를 얻은 그녀는 세월이 흐르자 점차
큰 부인을 질투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미모로 왕의 마음을 홀
린 뒤 큰 부인을 모함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때마다 왕은 도리어 나무랐다.
"너는 얼굴의 아름다움에 비해 말이 공손하지 않구나. 중전의
품행은 높이 살 만한데 도리어 모함하는구나."
그러나 왕은 이 둘째부인의 끊임없는 설득과 모함과 시기에
그만 마음이 넘어가고 말았다. 그리하여 둘째부인의 사특한 간
계와 애교에 미혹되어 큰 부인을 쫓아내기로 하였다.
"좋다, 앞뒤를 잘 봐서 재계 할때를 기회로 삼자."
그러자 둘째 부인은 즉시 왕에게 청하였다.
"오늘 연회를 베풀어 놓고 큰부인을 청하도록 하소서."
왕은 두루 영을 내려 모두 보이게 하였다. 그러나 큰부인은 재
계를 지키느라 연회석에 참석하지 않았다. 세 번이나 불렀으나
응하지 않았다.
화가 잔끅 난 왕은 큰부린을 끌고 오라 해서 궁궐 앞에 묶어
놓고 활을 쏘아 줄이려 했다. 그러나 큰부인은 조금도 두려운
기색이 없이 오직 부처님만을 생각에 두고 있었다. 왕이 직접
활을 쏘았다. 그러나 화살은 도로 왕에게로 돌아왔다. 다시 쏘
았으나 마찬가리였다. 왕은 두려움에 떨면서 손수 결박을 풀며
물었다.
"너는 무슨 도술이 있기에 이런 이변이 일어나는가?"
"오직 부처님만을 섬기고 삼보에 귀의하면서 아침부터 재계를
지키고 오후에는 단식했으며, 또 여덟 가지 계율을 행하고 몸
에는 장식을 달지 않았습니다. 지금 일어난 일은 필시 부처님
께서 저를 가엾이 여기셨기 때문에 그런 줄로 아옵니다."
왕은 즉시 둘째부인을 끌어내어 집으로 쫒아버리고 큰부인으
로 하여금 궁중의 법도를 다스리게 하였다. 왕은 큰부인과 궁
녀들 그리고 태자와 함께 수레를 타고 부처님에게 갔다. 왕이
부처님께 그 동안의 일을 사실대로 아뢰자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얼굴이 요염하여 사람을 호린은 여자에게는 여든네 가지의
나쁜 태도가 있고, 또 여덟 가지의 아주 나쁜 태도란 첫째 질
투요, 둘째 망령되이 화를 내는 것이며, 셋째 욕설을 해대는
것이요, 넷째 저주하는 것이며, 다섯째 남을 눌러 제압하려는
것이요, 여섯째 인색하고 탐심이 많은 것이요. 일곱째 장식을
좋아하는 것이요. 여덟째 독을 품는 것이오. 이를 여덟 가지
매우 나쁜 태도라 하는 것이오."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들은 왕과 부인, 궁녀, 신하들은 모두 마
음이 열렸다.

이 설화는 현대에서도 있을 법한 이야기다. 딸의 미모를 왕에
게 팔아 치부를 하고 대신의 자리에 오른 아버지의 비인륜적
인 처사는 우리들 귀에도 그리 낯설게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교양과 인품이 없는 민인들의 작태가 다 그러하듯이 이 설화
의 미인 역시 질투와 모함을 일삼다가 쫒겨가는 모습도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인상이다. 장자도 "아름다운 여인
은 스스로 아름답다고 교만을 부리므로 아름답게 여겨지지 않
으며, 못난 여인은 스스로 못났다고 겸손해 하므로 못났다고
여겨지지 않는다."고 했다.
구약성서에도 이런 말이 있다.
"아름다운 여인이 겸손하지 않으면 마치 돼지코에 금고리 같
으니라."

 

 

부처님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에서 설법하고 계실 때이다.
어떤 젊은 비구가 성안에 들어가 걸식을 하다가 매우 아름다
운 젊은 여자를 보았다. 그 비구는 그녀에게 마음이 홀려 끝내
상사병이 들고 말았다. 음식도 전폐하고 바싹 마른 얼굴로 자
리에 누워 일어나지 못했다. 같은 수도하던 비구가 물었다.
"어디가 아픈가?"
젊은 비구는 자신의 심정을 그대로 토로했다.
"수행을 그만두고 한 여인을 사랑하고 싶으나 그 뜻을 이룰
수 없어 병이 생겼다."
이 말을 들은 동료 비구가 아무리 타이르고 충고하였으나 그
말이 귀에 들어갈 리가 없었다. 그래서 하루는 그를 데리고 부
처님께 나아가 그간의 사정을 자세히 말씀드렸다. 그러자 부처
님은 젊은 비구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의 소원은 이루기가 아주 쉬우니 괴로워할 것 없다. 너의
원을 풀어줄 테니 우선 음식을 먹도록 해라."
이 말을 들은 비구는 그 자리에서 가슴이 트이고 맺힌 기운이
풀어진 듯 만면에 밝은 웃음을 띠었다.
부처님은 그 비구와 대중들을 데리고 사위성 안에 있는 아름
다운 여자의 집으로 가셨다. 그러나 그 여자는 이미 사흘 전에
죽고 말았다. 아직 장례를 치르지 않은 시체 옆에서 온 집안
식구들은 대성통곡을 하며 울고 있었다. 시체는 이미 부패해서
군데 군데 더러운 물질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부처님은 그 비구를 보고 말씀하셨다.
"네가 사랑하던 아름다운 여자는 지금 이렇게 되었다. 만물은
덧없이 죽고 사는 것은 한 순간의 호흡 사이에 달려 있다. 그
런데도 어리석은 사람은 그 겉만 보고 속에 꽉 차 있는 더러
운 것은 보지 못한다."
부처님은 이어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빛깔만 보고 마음이 미혹되어
인생의 덧없음을 생각지 않고
어리석은 이는 겉만 보고 좋아하나니
그것이 질실이 아니라는 걸 어찌 알겠는가.

음욕을 즐기다가 스스로를 묶는 것
마치 누에가 고피를 짓는 것과 같다.
지혜로운 사람은 그것을 끊어 버려
다시는 생각지 않으므로 괴로움이 없다.

마음에 절제가 없는 사람은
음행을 보고 깨끗하다 생각하니
음정과 음욕이 점차 불어가나니
그리하여 스스로 감옥을 만든다.

이런 줄 깨닫고 음욕을 없앤 사람
애욕은 더럽다고 항상 생각하나니


옛날에 큰 나라가 있었다. 그 나라는 아주 먼 변방이었기 때문에
아직 부처님의 교화가 미치지 못했다. 이 나라에서는 바라문과 외
도가 무당을 받들어 섬겼기 때문에 백성들은 산 짐승을 죽여 제
사지내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기고 있었다.
이 나라 왕의 이름은 화묵인데, 어느 날 왕의 어머니가 중병에 걸
려 몸져눕게 되었다. 여러 의사들을 불렸으나 효험이 없었고, 무당
들을 불러다 기도를 했으나 병은 낮지 않았다. 그래서 왕은 국내
에 있는 바라문 2백 명을 궁전에 불러 놓고 이렇게 말했다.
"대부인께서 오랫동안 병으로 고생하고 계시는데, 무슨 병인지 모
르겠소. 여러분들은 지식이 많아 별점을 환히 볼 줄 아니 무슨 잘
못이 있는지 자세히 보아 주시오."
 
 
 
 

이때 바라문들이 제작기 점을 치더니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별들이 뒤섞여 음, 양이 고르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을 쓰면 낫게 할 수 있겠는가?"
다시 바라문들은 연구한 끝에 다음과 같이 왕에게 말했다.
"성밖의 편평하고 깨끗한 곳에서 네 곳의 산과 해와 달과 별들에
게 제사하고, 백 마리 짐승과 어린애 하나를 죽여 하늘에 제사를
지내되, 왕께서 친히 대부인을 보시고 가서 끓어 앉아 절하면서
목숨을 비십시오. 그렇게 하면 병이 나을 것입니다."
왕은 즉시 그들의 말대로 준비하였다. 코끼리, 말, 소, 양 등 백여
마리 그리고 어린야를 희생물로 차출했다. 이들이 끌려가는 것을
본 백성들은 모두가 울음을 터뜨리며 통곡을 했다. 이들은 성의
동쪽문을 나가 제단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때 부처님은 국왕의 완악하고 어리석음을 가엷이 여기었다.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어떻게 저토록 많은 생명을 죽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대중을 거느리고 그 나라로 가셨다. 성의 동문
길에서 왕과 바라문들에게 이끌려 슬피 울면서 오는 축생들과 어
린애를 만났다.
왕은 멀리서 부처님이 오시는 것을 보았다. 막 솟아르는 태양과
같고 달처럼 원만한 모습을 한 부처님이 천지를 환하게 비추며
걸어 오고 있었다. 보는 사람들마다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그리고
끌려오는 짐승들도 이 죽음의 고통에서 풀려나게 해달라고 발원
을 하였다.

왕은 수레에서 내려 부처님께 나아가 예배를 드린 후 끓어앉아
문안을 드렸다. 부처님은 왕을 앉게 한 후 물으셨다.
"어디로 가는 길이오..."
왕은 두 손을 마주잡고 아뢰었다.
"나라의 대부인이 오랫동안 병을 앓아 좋은 약도 써보고, 천지신
명께 제사하는 등 모든 것을 다해 보았나이다. 그래도 병이 낫지
않아 지금은 별들과 산악에 감사드리고 대부인의 병이 낫기를 빌
러 가나이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한 말씀 드릴테니 잘 들으시오. 곡식을 얻으려면 밭을 갈고 씨를
뿌려야 하고, 큰 부자가 되려면 보시를 행해야 하고. 그리고 긴 목
숨을 얻으려면 큰 자비를 행해야 하고, 지혜를 얻으려면 배우고
물어야 하는 것이오. 이 네 가지 밀을 실행할 때에 비로소 자신이
심은 것에 따라 그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오. 대개 부귀한 사람은
빈천한 사람의 음식을 탐해서는 안 되는 것이오. 저 하늘 세계에
서는 칠보로 궁전을 이루었고 옷과 음식은 절로 생기는데 무엇
때문에 감로 같은 음식을 버리고 이 더러운 음식을 먹으러 오겠
소. 생명을 죽여 살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살기와는 거리가 먼 것
이오..... 하물며 많은 생명을 죽여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려 하다
니 그런 것은 더구나 되지 않을 일이오."
부처님은 이 말씀에 이어 게송을 읊으셨다.

사람이 백년 동안 살면서
천하의 귀신들을 부지런히 섬기고
코끼리와 말 따위로 제사를 지내도
한 번 자비를 행하는 것만 못하니라.

알고도 믿지 않으면 삿된 견해에 빠지고, 모르고 무조건 믿으면
무지만 더해진다고 했다.
부처님은 일페의 미신을 용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의 설화에
서 보듯이 그 당시 미신적인 행위를 타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미신은 바로 무지의 소산이므로 불교의 깨달음과는 극
단적으로 상치되는 행위가 된다.

 

 

 

부처님이 사위국에 계실 때였다.
당시 나이 80이 된 어떤 바라문이 있었는데, 근느 수많은 재물을 갖고 있었
다. 그러나 이 노인은 매우 완고하고 미련하며, 또 탐심이 많고 인색하여 부처
님으로서도 교화하기가 매우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러니 인생의 무상함을 깨우
쳐 주는 불법을 알 턱이 없었다.
이 노인은 늘그막에도 집을 짓고 있었다. 앞에는 사랑채, 뒤에는 별당을 짓고,
시원한 다락과 따뜻한 방 그리고 동서로 수십 칸의 곁방을 지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집이 완성되었으나 별당의 앞 차양을 아직 끝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
다. 노인은 거부이면서도 한 푼의 경비라도 줄이기 위해 직접을 일을 지휘하기
도 하고 심지어는 막노동도 마다 않고 했다.
이때 부처님께서 혜안으로 보니 그 노인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복덕이 많은 분이라는 것은 오래 전부터 들어왔으나 이렇게 만나 이야기하
기는 처음입니다. 마침 사람의 생사에 관계되는 중요한 계송을 일러주고 싶은데
잠깐 일을 멈추고 같이 이야기할 수 없겠습니까?"
노인은 즉시 거절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 한창 바빠서 이야기할 겨를이 없소. 뒷날 한가할 때 이야기합시다. 그
런데 중요하다는 게송이 무엇인지 그거나 잠깐 들려주시오."
이에 부처님은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자식이 있다 재물이 있다 하여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저 허덕이누나.
그러나 나라는 존재는 허무한 것이니
자식이다 재물이다 하며 무엇을 걱정하리.

더울 때는 시원한 데서 거처하리라
추울 때는 따듯한 데서 거처하리라 하며
어리석은 사람은 호사스런 걱종도 많지만
닥쳐오는 재앙은 알지 못하네.

어리석은 사람은 더욱 어리석어져서
스스로는 지혜롭다 하나니,
어리석으면서 지혜롭다 하면
그야말로 더없는 어리석음이니라.

이 게송을 듣고 바라문 노인은 말했다.
"그 게송 참 좋습니다. 지금은 너무 바쁘니 다음에 와서 다시 이야기합시다."
이에 부처님은 그 노인을 매우 가엾게 여기는 표정을 지으며 그곳을 떠나셨다.
부처님이 떠나신 뒤 그 노인은 손수 서까래를 올리다가 서까래가 떨어져 그
자리에서 깔려 즉사하였다. 부처님이 이곳을 떠난 지 얼마 안 돼서였다. 이 노
인의 집안은 삽시간에 울음바다가 되었다.
부처님은 이 마을 어귀에 이르러 수십 명의 바라문들을 만났다. 바라문들은
부처님께 물었다.
"어디서 오십니까?"
부처님이 대답하셨다.
"지금 저기 늙은 바라문의 집에 갔는데, 그를 위해 설법을 해주려 했으나,
내 말을 듣지 않다가 방금 저승으로 떠났다."
이렇게 대답하신 부처님은 길에서 만난 바라문들을 위해 게송을 다시 말씀해
주셨다. 그들은 이 게송을 듣고 진리의 맛을 음미하게 되었다. 이에 부처님은
다시 다음과 같이 게송을 읊어주셨다.

현명한 사람이 지혜로운 자와 가까이 있으면
마치 혓바닥이 음식맛을 아는 것처럼
비록 잠깐 동안 친했다 하더라도

어리석은 사람이 하는 일은
자신에게 근심을 불러오나니
유쾌한 마음으로 악을 짓다가
스스로 무서운 재앙을 가져온다

이 게송을 들은 바라문들은 즉시 부처님에 대한 믿음이 생겨나서 매우 기뻐
하며 부처님의 말씀을 잘 받들어 행하였다.

<<법구비유경>>


탐욕과 인색, 그리고 사나운 심통이 얼굴에 가득한 한 노인을 연상케 한다.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부를 가지는 일체의 과정은 감사의 마음이라는 한마디
로 요약될 수 있다. 감사하고 남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을 갖지 않을 때 풍요의
연과는 거리가 멀다.
하늘의 부는 우리들 자신의 것이다. 그것은 부르기만 하면 반드시 대답하고
또 부가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반드시 주어진다. 그러므로 만인의 것인 동시에
나의 것인 부는 나를 즐겁게 하고 또 남을 즐겁게 하는 것인 동시에 나의 것인
부는 나를 즐겁게 하고 또 남을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면 안 된다는 의미를 깊
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명언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탐욕스런 사람은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더욱 탐욕스러워질 것이다. 탐욕은
노경과 모순되지 않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다른 감정들이
그에게서 떨어져 나감에 따라 더욱 탐욕스러워질 것이다."

 
 
 
옛날 부처님이 왕사성에 계실 때였다.
하루는 성안의 대숲에서 어떤 신자의 공양을 받고 설법을 하신
후, 해질녘이 되어 성을 나오셨다. 성밖의 길을 따라 걷고 계시는
데 마침 어떤 사람이 많은 소 떼를 몰고 성안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았다. 소들은 모두 살이 쩌서 털에는 윤기가 흘렀다. 소들은 서
로 장난을 치듯 이리저리 뛰면서 소치는 사람을 따라가고 있었다.
이를 본 부처님은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으셨다.

소 피는 사람이 막대기 들어
목장으로 소를 몰아 먹이를 먹이듯이
늙음과 죽음 역시
사람의 목숨을 기르며 몰고 가네.
부귀한 집안의 남자나 여자들
아무리 재물을 모아 놓아도
결국은 죽지 않는 사람 없나니
그것은 한둘이 아니요 모두가 그러하다.

한번 태어난 목숨
스스로 깎으며 가니니
그 목숨 줄어드는 것
마치 찾아드는 웅덩이의 물 같네.

처소에 돌아온 부처님께 아난다가 앞으로 가서 물었다.
"세존께서 돌아오시는 길에 읊은 게송이 무슨 뜻인지 자세히 설명
하여 주십시오."
"아난다여, 너는 어떤 사람이ㅣ 소를 몰고 가는 것을 보았는가?"
"예, 보았습니다."
"그것은 백정집에서 기르는 소들이다. 본래는 천 마리가 있었는데
성밖의 좋은 풀을 먹여 살찌게 한 다음 매일 도살해 오고 있다.
지금 죽은 소들이 절반이 넘지만 다른 소들은 그것도 모르고 서
로 즐거운듯이 뛰고 떠받으며 좋아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어리
석음을 가엾이 여겨 그 게송을 읊은 것이다.
부처님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이었다.
"아난다여, 어찌 그 소들뿐이겠는가. 세상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항상 '나'라는 것에 집착하여 생의 덧없음을 알지 못하고 있다. 오
욕의 쾌락을 탐하면서, 인간들끼리 서로 모략하고 죽이기까지 한
다. 그리고 자신의 죽음이 어느 날 갑자기 닥쳐오는 것도 모르고
있으니 저 소들과 무엇이 다르겠느냐."
부처님의 말씀이 끝나자, 자신의 몸을 아끼고 편안하게 지내기를
좋아하던 비구들은 이 설법을 듣고 마음에 큰 깨달음을 얻어 그
동안의 잘못된 생각을 뉘우치고 모두 아라한의 도를 얻게 되었다.
< 법구비유경>

인간의 어석음을 이처럼 적절하게 비유한 작품도 없을 듯하다. 누
군가는 무지 이외에 노예신세는 없다."고 했다. 내일 도살장으로
끌려갈지도 모르는 황소가 소몰이를 따라 어슬렁거리며 즐겁게
따라가는 모습이 바로 나의 모습이 아니라고 누가 부정하겠는가.
포박자는 이렇게 개탄했다.
"소 발자국에 고인 물에서 헤엄차는 한 치의 장구벌레는 천하에
넓은 사해가 있다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과실의
씨 속을 기고 있는 바늘끝 같은 벌레는 자기가 사는 세계가 전부
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들에게 막막한 바다를 설명해 주고, 우주가
얼마나 넓다는 것을 가르쳐 주어도 반드시 거짓말이라 하고 믿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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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난타왕이 있었는데, 그는 총명하고 박식하며 모든 일에 두루 통달하였
다. 그래서 그는 이 세상에서 자기를 능가할 자가 없다는 자만심을 갖고 있었
다.
하루는 신하들에게 다음과 같이 자신의 지혜를 뽐냈다.
"혹 나와 문답을 해서 나를 이길 만한 사람이 있으면 데려오라."
한 신하가 일찍부터 한 늙은 비구를 집에 모셔다가 극진히 공양하고 있었다.
그 비구는 계행은 잘 지켰으나 배움은 그리 많지 않았다. 비구는 그 신하의 말
을 듣고 자기가 왕에게 가서 직접 문답을 해보겠다고 하여 왕 앞에 나왔다.
왕이 비구에 물었다.
"도를 닦으려면 집에서도 가능한가, 아니면 집을 떠나야 되는가?"
"집을 떠나든 떠나지 않든 상관이 없습니다."
왕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집을 떠나는가?"
이 말에 비구는 대답이 꽉 막히고 말았다. 이런 일이 있은 후 난타왕은 더욱
교만해졌다.
왕은 그를 시험해 보기로 했다. 사람을 시켜 그릇에 우유를 가득 채워 나가사
나에게 보냈다. 왕은 그것을 보내 놓고 혼자 '내 지혜를 능가할 자는 아무도 없
을 것이다.' 하는 생각을 하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병에 가득 찬 우유를
받은 나가사나는 즉시 왕의 뜻을 알아차리고 제자를 시켜 바늘 5백 개를 묶어
우유 그릇에 꽂게 했다. 그러나 우유는 넘치지 않았다. 그것을 그대로 왕에게
돌려보냈다. 왕은 바늘이 꽂힌 우유 그릇을 받자 즉시 그 뜻을 알아차리고 사자
를 보내어 나가사나를 청하였다. 나가사나는 왕의 청을 받고 길을 떠났다. 나가
사나는 키와 몸집이 매우 장대하여 어디를 가나 특출하게 뛰어났다.
왕은 호탕한 기질에다 교만한 마음이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사냥을 핑계삼아
들판에서 만나기로 했다. 왕은 멀리에서 나가사나의 장대한 모습을 보고는 문득
다른 생각이 나서 즉시 다른 길로 해서 급히 궁중으로 돌아왔다. 난타왕을 궁중
에 앉아 나가사나가 들어오는 문을 아주 낮게 만들어 놓았다. 허리를 구부리고
엎드려 기어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나가사나는 그것을 알고 들어가
지 않았기 때문에 절을 받고자 한 왕의 뜻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왕은 나가사나에게 음식을 대접하면서 먼저 거친 음식을 몇 가지 내놓았다.
나가사나는 너댓 술을 뜨고는 숟가락을 놓으며 말했다.
"아, 배불리 먹었다."
뒤이어 즉시 진수성찬이 나왔다. 나가사나는 아주 맛있게 먹어치웠다.
왕이 물었다.
"아까 배가 부르다더니 어떻게 그걸 다 먹을 수가 있습니까?"
"나는거친 음식에 배가 불렀지, 진수성찬에 배가 부른 것이 아니었습니다."
왕은 다시 나가사나에게 물었다.
"도를 얻으려면 출가를 해야 합니까, 아니면 집에 있으면서도 얻을 수 있습니
까?"
이 말을 듣자 나가사나는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만약 3천 리의 길을 가는데, 젊고 건강한 사람이 양식을 싣고 말을 타고 간
다면 빨리 도착할 수가 있겠습니까?"
"빨리 도착할 수가 있겠지요."
"만약 노인이 양식도 없이 여윈 말을 타고 간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양식이 있어도 도착하기 힘들 것인데 양식이 없다면 도착할 수가 없습니다."
이 말이 끝나자 나가사나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출가하여 도를 얻는 것은 마치 저 젊은이의 경우와 같고, 집에 있으면서 도
를 얻는다는 것은 저 늙은이의 경우와 같습니다."
왕은 다시 물었다.
"내 육신에 관해 묻고 싶습니다. 이 육신은 영원한지, 무상한지, 그리고 육신
을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있습니까?"
나가사나는 이 말을 듣고 왕에게 반문했다.
"궁중에 있는 암바라 나무의 열매는 답니까, 씁니까?"
"이 궁중에는 그런 나무가 없는데 어째서 그런 것을 묻습니까?"
"그렇습니다. 왕의 물음도 그와 같습니다. 우리의 육신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
은 잠시 인연에 의해 서로 가합된 것이므로 거기에는 참나가 없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나에게 영원한지, 무상한지를 묻습니까?"
왕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다른 질문을 던졌다.
"하늘에 떠 있는 해는 하나인데, 왜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우며, 여름에
는 해가 길고, 겨울에는 해가 짧습니까? "
"수미산에는 아래 위에 두 길이 있습니다. 여름에는 해가 윗길로 지나가기 때
문에 길이 멀고 느리며, 금산을 비추기 때문에 해가 길고 또 덥습니다. 그리고
겨울에는 해가 아랫길로 지나가기 때문에 길도 가깝고 바르며, 큰 바닷물을 비
추기 때문에 해가 짧고 또 매우 춥습니다."

<<잡보잡경>>

불교가 가르치고 있는 이상적인 세계는 역시 출세간적 깨달음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출가한 비구의 생활이건 재가신자의 일상생활이건 항상 진실(법)에
의지하여 스스로 법에 따르는 생활에 힘써야 한다. 그러므로 부처님은 비록 출
가하여 비구가 되었다 하더라도 욕망을 버리지 못하면 출가자가 아니며, 비록
재가신자일지라도 법에 의징하여 모든 욕망을 끊어 버리면 그것이 곧 출가라고
했다. 이래서 불교는 승속불이, 즉 출가와 재가가 다른 것이 아니라는 대승 사
상을 숭앙한다.
그러나 모든 욕망의 작용을 억제하는 생활에서 자신의 참모습이 발견된다면,
세속생활에서는 아무래도 욕망의 굴레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이를 세속적 인
간적 굴레라 한다면, 출가는 바로 이러한 세속적 인간적 굴레를 멀리하기 위한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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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와 장소에 맞는 말  (0) 2006.04.06
옛날 어떤 늙은 바라문이 젊은 여자에게 새 장가를 들었다. 그러나 아내는 늙
은 남편에게 점점 불만을 가지게 되었다. 정욕에 굶주린 아내는 젊은 바라문들
을 보기만 해도 그 정욕을 못이겨 몸부림쳤다. 그래서 아내는 교활한 생각을 품
기 시작했다.
어느 날 남편의 전처 아들이 실수로 불 속에 넘어지는 것을 보고도 아내는
붙들지 않고 바라보기만 했다.
남편이 멀리서 보고 달려와 나무랐다.
"아이가 불 속에 넘어졌는데 어째서 붙잡지도 않고 보고만 있느냐?"
"제가 지금까지 살을 맞댄 사람은 오직 당신뿐 어떤 남자와도 손 한번 잡아
본적 없어요. 그런데 어떻게 남자 아이의 손을 잡겠습니까?"
이 말을 들은 남편은 아내의 말이 옳다고 여겨 무조건 자기 아내를 신뢰하였
다.
매사에 이런 식으로 남편을 속인 다음 젊은 아내는 집에서 연회를 베풀어 젊
은 바라문들을 초대했다. 아내는 남편몰래 여러 바라문들과 마음껏 음행을 즐기
며 놀아났다. 아내의 이런 사실을 알았을 때, 남편은 땅을 치며 통곡 했지만 이
미 정욕의 노예가 된 아내를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남편은 보물만 가지고
집을 뛰쳐나오고 말았다.
집을 나와 얼마를 가다가 한 바라문을 만나 동행하게 되었다. 날이 저물어 함
께 주막에 묵고 이튿날 아침 다시 길을 떠났다. 주막을 떠나 꽤 멀리 갔을 때
였다. 그 바라문이 발걸음을 멈추더니 늙은 바라문에게 이렇게 말했다.
"주막집에서 풀잎 하나가 제 옷에 묻어 왔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남의
물건에 손을 댄적이 없는데, 이렇게 풀잎이 붙어 왔으니 매우 부끄럽습니다. 곧
주인에게 돌려주고 오겠으니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요."
늙은 바라문은 이 말에 감복하여 '세상에 저렇게 착한 사람도 다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그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 바라문은 주인에게 돌려주러
가는 척하며 가다가 어느 개울가에서 한참을 쉰다음 돌아왔다.
둘은 다시 길을 떠났다. 늙은 바라문은 갑자기 대변이 보고 싶었다. 가지고
있던 보물을 그 바라문에게 맡기고 숲 속으로 들어갔다. 대변을 본 후 나와보니
그 바라만은 보이지 않았다. 행여 하고 기다려 보았으나 그 바라문은 영영 나타
나지 않있다. 그제야 도둑맞은 것을 알아차린 늙은 바라문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원망하며 땅을치고 통곡하였다.
그는 다시 길을 터벅터벅 걸어가다가 어느 나무 밑에서 쉬고 있었다. 이때 황
새 한 마리가 부리에 풀을 물고 다른 새들에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우리는 서로 믿고 도와 가며 살아야 해. 저쪽에 내가 집을 짓고 있으니 도와
주지 않겠니?"
이 말을 듣고 새들은 황새가 가리키는 쪽으로 날아갔다. 이때 황새는 얼른 새
들의 둥우리로 가서 알을 쪼아 먹었다. 그리고는 새들이 올 때쯤되자 다시 풀잎
을 물고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새들이 둥우리에 돌아와 이런 사실을 알자 황새
를 보고 욕을 퍼부었다. 그러나 황새는 시치미를 뗐다.
"내가 그런 짓을 한 게 아니야. 내 입에는 아까 물고 있던 풀잎이 그대로 있
잖니."
그러나 새들은 이미 그 말이 거짓임을 알고는 모두 황새를 두고 떠나갔다.
이런 광경을 보고 있는데 이번에는 출가를 한 어떤 외도한 사람을 만났다. 그
는 허름한 옷을 걸치고 늙은 바라문 앞을 천천히 걸어가면서 말했다.
"비켜라, 비켜라. 모든 벌레들아."
늙은 바라문은 이상하게 여겨 물었다.
"무엇 때문에 걸어가면서 비켜라, 비켜라 하고 외치는 거요?"
"나는 출가한 사람이므로 일체 중생을 가엾게 여깁니다. 그러므로 벌레들이
발에 밟혀 죽을까봐 이렇게 외치고 있어요."
이 외도의 말을 듣자 늙은 바라문은 그를 크게 신뢰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는 외도를 따라갔다. 외도의 집에 도착한 그날 밤 외도가 늙은 바라문에게 말했
다.
"나는 조용한 곳에서 마음을 닦아야 합니다. 당신은 저 바깥채에 가서 주무
십시오."
늙은 바라문은 마음을 닦는다는 말에 그가 더욱 우러러보였으며 좋은 사람
들 만났다는 기쁨을 가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밤이 깊어지자 바라문의 귀에 갑
자기 악기소리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문은 이상하다 싶어 방을 나와 보니
노랫소리가 바로 마음을 닦는다고 하던 외도의 방에서 들려왔다. 늙은 바라문은
몰래 외도의 방안을 엿보았다.
외도의 방은 그 밑에 있는 지하실과 서로 통하게 되어 있었다. 그 외도는 지
하실에서 부인과 정사를 했다. 그리고 부인이 춤을 추면 외도는 악기를 타고,
외도가 춤을 추면 부인이 악기를 타는 것이었다. 이 광경을 보고 늙은 바라문은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인간이고 짐승이고 간에 믿을 것이란 아무것도 없구나."
그리고 다음과 같이 노래를 지어 읊었다.

딴 남자에게 손을 댈 수 없다 하고
풀잎을 주인에게 돌려준다 하고
황새는 속임수로 풀잎을 물고 있고,
외도는 벌레가 죽을까 두렵다 하더니
이렇듯 그럴싸한 말은 모두가 속임수
아무것도 믿을 것이 없네.

<<잡보잡경>>


우리는 위의 설화에서 아첨과 교활, 그리고 거짓말쟁이의 한 전형을 보고 있
다. 거짓말은 그 자체가 죄악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영혼을 죄악으로 물들이는
나쁜 버릇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그 거짓말에 속아넘어
가는 한 어리석은 사람의 표본을 만나게 된다.
남을 믿고 의심하지 않는 것은 매우 아름다운 마음이다. 그러나 참과 거짓을
분명하지 못하는 지혜의 결여에서 오는 어리석음은 스스로를 고통의 구렁 속으
로 몰아간다.
인생은 가는 곳마다 허위와 허식과 거짓으로 짙게 화장되어 있다는 것을 직
시할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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