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 受天 김용오 (낭송 고은하) 눈이 온다 첫눈인가 싶다 참으로 기다렸는데 헌데 가슴이 아파온다 더는 집에 틀어 박혀 있을 수 없어 나 홀로 길을 나섰다 한참을 걷고 있는데 누군가가 뒤를 따르는 것 같아 혹시 하면서도 돌아보기를 수없이 해야 했었다 너는 거기에 없었고 아빠나무 엄마나무 애기나무인 가로수의 가족이 깔깔거리고서 눈을 뭉치며 내 뒤를 스치고 있었다. 모진 빗물이 장대 같이 떨어지는 어느 여름날 수목이 병풍이듯 펼쳐 있고 무수한 풋과일이 보고 있는 과수원의 원두막에서 무슨 이유에선지 우린 서로가 멀리 해야 했었지 뭐니 가물가물 졸고 있는 가로등 사이로 빨간 우체통 또한 첫눈을 줍는 지금 찰리채플린이듯 저벅저벅 걷고 있는 내 눈가에 그렁그렁 별 하나가 겨울바람에 이지러진다 얼마나 보고팠던 별인가 이런 널 까마득 멀리 했었다는 게 내 자신 믿을 수가 없었지 뭐야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아 좋은 것만 생각하고 싶다. 눈가엔 별이 차고 겨울이었던 가슴에 첫눈이 봄이듯 수북이 쌓이는 것이 새해에는 기실 무슨 소식이 오긴 올려나 보다 네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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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열 린 바 다
글쓴이 : 受天/김용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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