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사위국의 제타 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
'에 계셨는데 이때는 부처님께서 6년 동안의 고행
끝에 정각을 이룩하신 지 만 20년이 되던 해였다
부처님이 하루는 비구 1,250인을 거느리고 고향인
기비라성으로 떠날 생각을 했다.
'이제 본국으로 돌아 갈 때는 여러 비구들에게 각각
신통을 나타내게 하여 함께 가리라. 석가족의 왕들은
교만심이 많아 공동 생활을 할 수 없으므로 이
신통으로 교만심을 꺾으리라.'
부처님은 이렇게 생각하시고 여러 비구들에게 분부
하셨다
"내가 이제 본국으로 돌아가려 하니 너희들도 각각
신통변화를 나타내어 그곳에 사는 석씨들로 하여금
진실로 복종하게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신 다음 부처님께서는 큰 광명을 놓아
여러 비구들과 함께 허공을 타고 가비라성에 도착하
셨다 이때 정반왕은 부처님이 오셨다는 소문을 듣
고, 길을 깨끗이 청소한 다음 길 양쪽으로 보배 방
울을 단 깃발을 세웠다. 땅에 향수를 뿌리고 온갖
음악을 연주하는 가운데서 부처님 일행을 맞이해 궁
궐로 들어갔다. 정반왕은 부처님 일행에게 여러가
지 음식으로 공양을 올렸다. 이때 정반왕이 부처님
을 시종하고 있는 비구들을 보니, 비록 신통력은 있
지만 용모가 너무 추악하여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래서 정반왕은 '용모가 단정한 석가족 왕자 5백명을
골라 시중하도록 해야겠다' 는 생각을 하고 며칠후
5백명을 뽑았다. 이 중에는 교만심이 강한 방게 왕
자도 들어 있었다.
정반왕은 5백명의 왕자와 함께 궁중 이발사 우바리
를 부처님의 처소로 보냈다. 우바리는 부처님의 처
소에서 5백명의 왕자의 머리를 깎았다. 발제 왕자의
차례가 되자 우바리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발제
왕자가 물었다.
"그대는 무엇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가?"
"석씨 중에서도 발제왕자는 매우 존귀한 몸이신데,
뜻밖에 머리를 깎고 거친 음식에다 더러운 옷을 입게
된 것을 보니 절로 눈물이 나옵니다."
이 말을 들은 발제 왕자는 마음속으로 서글프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출가하기 위해 나선 몸
이니 어쩔 수가 없었다.
발제 왕자가 수염과 머리를 다 깎은 뒤 가사를 걸치
고 구족계를 받기 위해 여러 스님에게 차례로 예배
하며 다니다가 우바리 앞에서는 우뚝 선 채 예배하
지 않았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그 이유를 물었다.
"그대가 우바리 앞에서만 예배하지 않는 까닭은 무
엇인가?"
"그는 천민이고 저는 존귀란 몸이기에 예배하지 않
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우리의 법에는 귀하거나 천한 것이 없다. 순간순간
의 생사도 보장하기 어려운 허깨비 같은 우리 인생
인데 거기에 무슨 귀천이 있겠는가?"
"그렇다 할지라도 우리의 아인한테 예배할 수는 없
지 않습니까"
"하인이라고 했느냐? 사람의 귀천은 타고난 성씨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행동에 따라 귀천의
구별이 있게 되느니라."
이 말씀을 들은 발제는 마음에 깊은 깨우침이 있어
진심으로 우바리에게 몸을 굽혀 예배하였다. 발제의
아만심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부처님은 발제를 위하여 여러 자기 진리의 말씀을
해주셨다. 이제 발제의 마음은 편안하기 그지없었다.
숲속에 혼자 거처하여도 무덤 사이에서 잠을 자도
두려움이란 조금도 없었다. 발제는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왕궁에 있을 때에는 무장한 장수들의 호위를
받고 있어도 항상 두려움을 느꼈었다.
그러나 이제는 출가하여 마음의 평안을 얻은 뒤로는
무덤 사이에서 잔다 해도 전혀 두려움이 없이는 참
으로 평화롭기가 말할 수 없구나.'
이때 발제의 생각을 알고 아난다가 부처님께 나아가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발제 비구는 전생에 무슨 복을 지
었기에 호족에 태어나고, 또 출가한 지 오래지 않아
마음에 평안을 얻게 되었습니까?"
"아난다야, 자세히 들어라. 한없는 과거세 때의 일이
다. 그 당시 바라나시에 어떤 벽지불이 있어 매일
걸식을 하며 성안을 다녔다. 하루는 매우 가난한 사
람이 떡 한 개를 얻어 막 먹으려 하는 찰나에 걸식
을 하고 있던 벽지불을 보았던 것이다. 가난한 사람
은 벽지불이 걸식하는 것을 보고 환희심이 생겨 그
떡을 벽지 불에게 보시하였더니, 벽지불은 떡을 받
자마자 허공에 올라가 여덟 가지의 신통을 나타냈
다. 동쪽에서 솟아나 서쪽으로 사라지기도 하고, 남
쪽에서 솟아나 북쪽으로 사라지기도 했다. 또 몸에
서 물과 불을 내뿜기도 하므로 떡을 보시한 사람은
더욱 환희심과 존경심이 일어나 속으로 원을 세우면
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 사람은 이 공덕으로 인하여
한량없는 이 세상을 거쳐오면서도 지옥이나 아귀,
축생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천상과 인간에 태어나
부귀와 영화를 누리게 되었고 지금은 또 나를 만나
서 출가하게 되었다
아난다야, 알아야 한다. 당시 떡을 보시한 사람이 바
로 지금의 발제 비구이니라."

(찬집백연경)

이 설화는 부처님의 가르침 중 매우 중요한 두 가지
가 들어있다. 첫째는 교만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
다. 부처님은 교만심을 수행의 적으로 보고, 또 자기
자신을 바라볼 수 없는 깨달음을 막아 버리는 무지
의 근원으로 파악하신 것이다. 둘째는 만민 평등주
의 사상이다.
부처님의 확고한 사상을 '인간은 귀천으로 타고나거
나 신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행
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는 것이었다 엄격한 카
스트 제도가 존재하던 당시에 이러한 부처님의 사상
은 일대 혁명이었다. 많은 반대세력 시간이 흐를수
록 평등의 가르침에 공감하여 불교에 귀의하는 사람
이 늘어났다.
부처님은 발제 왕자의 교만심을 버리게 함으로써 마
음의 평화를 찾게 하였으며, 또 천민인 우바리에게
예배하여 계급을 타파함으로써 우리 인간의 본질적
인 모습이 뭔가를 잘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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