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소나무 살리는 천궁
♣.죽어가는 소나무 살리는
'천궁'
한약 꾸러미를 열고 한약재의 냄새를 맡아보면 각각 약초마다
나는 향기는 사뭇 다르다. 훗날 그 특유의 냄새가 주로 당귀나 천궁 같은 한약재에서 나는 냄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굳이 냄새로 이야기 하자면
당귀는 특유의 방향성의 향기를 가진다. 여기에 약간 독한 냄새가 섞인 것이 바로 천궁이다.
민간에서는 천궁을 옷장에 넣어 두기도 한다. 천궁 특유의 냄새가 바로 좀을 없애기 때문이다. 죽어가는
소나무 뿌리에 천궁을 삶아서 물을 주게 되면 나무가 다시 살아나게 된다고도 말한다.
조선 말기
정수동이라는 천하태평으로 인생을 살았던 이가 있었다. 정수동은 아내의 순산을 돕기 위하여 `불수산’을 지으러 떠난다. 불수산은 산달에 복용하면 출산을 쉽게 한다는 효능을 가진 약이다. 그런데 도중에 여행을
떠나는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세상 걱정 없는 정수동은 그만 친구와 함께 금강산 구경을 하고 내친김에 묘향산 까지 들러서 한 달여
만에 집에 오게 되었다. 집에 돌아오니 이미 부인은 아기를 낳은 후였다. 정수동은 미안해하기는 커녕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원 내 성질이
느린지, 부인의 성질이 급한지 모르겠구먼. 불수산을 짓기도 전에 아이를 낳다니.”
어쨌든 바로 이 불수산이 천궁과 당귀 두 가지 약재만을 배합하여 만든 처방이다 .
한의학에서
천궁은 혈액의 흐름을 순조롭게 하고 통증을 멎게 하는 효과가 강한 약재로
알려져 있다. 즉 진정 작용과 진통 작용 그리고 혈액순환 촉진 작용이 있어 두통이나 빈혈 그리고 여성 질환에 많이 사용한다. 원래 천궁은 맛이
맵고 성질은 따뜻하다. 여성들의 생리통이나 생리불순, 무월경 등에 사용되고 산후 어혈에 의한 복통은 물론 관절이 저리고 아픈 증상에도 두루
사용된다. 한의학에서 피가 부족한 증상에 사용되는 사물탕의 주재료 중의 하나가 천궁이다.
천궁이 강심작용과 혈액순환
촉진 작용과 아울러 뇌혈류량을 증가시키고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효능은 바로 천궁이 뇌혈관질환에 사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진정작용 또한 천궁이 가지는 효능이다. 그래서 잠자는 시간을 연장시키고
카페인을 복용하여 나타나는 중추신경 흥분 작용을 감소시킨다. 여기에 천궁은 혈액내의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기도 한다. 대장균이나 이질균 그리고
콜레라균 등에 대한 항균작용도 있다.
여기에 자궁 수축을 증가시킨다. 그래서 위장관의 경련에 사용하기도 하고 임신 말기 출산을
쉽게 하기 위하여 임산부가 흔히 복용하는 불수산의 주재료가 되기도 한다.
최근 연구를 보면 천궁 추출물은 자외선에 의한 멜라닌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면 더 놀라운 효능이 발견될 것으로 믿는다. 그런 의미로 보면
역시 땅은 이름 없는 풀을 내지 않는 것만이 아니라 가치 없는 풀도 내지
않는 모양이다. 어느 샌가 우리 주위에도 한방차가 흔해졌다. 천궁차도 차 전문점에서 눈에 띈다. 오늘은 방안 가득히 향긋한 천궁차에 취해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