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좋은 것들/불교이야기

담요 한 장을 보시한 공덕

버들강쥐 2006. 4. 10. 12:56
부처님이 사위국의 제타 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
에 계실 때였다.
그 당시 수달이라는 장자가 있었는데 그는 천금의
돈을 부처님께 보시하고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이 나라의 부호이기 때문에 천금의 돈으로 기
원 정사를 지어 부처님과 스님들께 보시한 것은 결
코 어려 일이 아니다. 오히려 빈궁하고 미천한 사람
들로 바늘 하나, 실 한 올이라도 부처님께 보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 아닌가.'
수달 장자는 곧 바사닉왕에게 가서 빈궁하고 미천한
사람들에게 보시의 공덕을 짓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
혔다. 왕은 쾌히 승낙하고 온 성중에 신하들을 보내
어 여러 사람들에게 전파하도록 하였다
"이제 수달 장자가 뭇사람들을 교화하여 보시의 공
덕을 닦게 하려 합니다."
이렇게 선전을 한지 7일 만에 수달 장자는 흰 코끼
리를 타고 고시에 나타났다. 번화가로부터 변두리에
이르기까지 곳곳을 누비며 보시의 공덕에 대해 설교
를 했다. 수달 장자의 설교에 감화를 받은 많은 사
람들이 기쁜 마음으로 의복, 영락, 금, 은 따위의 보
물과 갖가지 팔찌, 바늘, 실 등을 가져와서 보시하였

이때 마침 거지 행색을 한 어느 여인이 담요 한 장
을 걸친 채 석달동안 떠돌아다니다가 길거리에서 설
하는 수달 장자를 보았다. 그 여인은 수달 장자가
여러 사람으로부터 물건을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 옆
사람에게 물었다.
"저분은 거부로 이름난 수달 장자가 아닙니까? 천하
에 아무 것도 부족함이 없는데 무엇 때문에 여러 사
람들에게 구걸하며 다닙니까?"
"그런 것이 아니오. 저 장자는 뭇사람들을 가엾이
여겨 부처님과 스님들께 보시함으로써 복을 닦는 길
을 가르키고 있는 것이오."
이 말을 들은 여인은 마음속으로 환희심이 일어났
다.
'나는 전생에 보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같이 빈궁
해진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보시하지
않으면 후세에는 더욱 빈궁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 여인은 또 이렇게 생각했다
'이 세상에서 부처님이란 만나기 매우 어렵다. 지금
내가 보시하지 않으면 훗날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
려 해도 불가능 할 것이다. 지금 당장 내 몸에 걸치
고 있는 담요 한 장이라도 보시하다. 설령 이 담요
가 아무런 공덕이 없다 하더라도 나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다. 그러나 고통과 죽음을 각오하고서
라도 담요를 보시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한 그녀는 담요를 벗어 창문을 통해 수
달 장자에게 던져 주었다. 수달 장자는 담요를 받았
으나 사람이 보이지 않기에 하인을 보내 알아보게
하였더니 어떤 빈궁한 여자가 알몸으로 있는 게 아
닌가.
하인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대는 무엇 때문에 옷으로 입고 있는 담요를 벗어
보시하였는가?"
"저는 후세에 가서도 이 고통스러운 가난을 다시 받
을 까봐 그것이 두려워 보시하는 것입니다."
하인은 이런 사실을 수달 장자에게 보고 하니 수달
장자는 "정말 갸륵한 일이로구나"하고 감탄하면서
자신의 옷을 벗어 그 여인에게 보시하였다 옷을 얻
은 여인은 기쁨에 넘쳐서 "보시를 하니 당장 이런
과보를 받는구나. 그러니 미래세에는 더 좋은 과보
를 받을 것이틀림없다." 하고 크게 외쳤다.
그 후 여인이 목숨을 마치게 되자 그 공덕으로 인해
도리천에 왕생하게 외웠는데, 그녀는 도리천에서 자
신을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내가 무슨 복을 지었기에 이 천상에 태어났을까?
인간 세상에 있을 때에는 매우 빈궁했는데 아마 담
요 한 장을 보시한 그 공덕으로 여기에 태어난 것이
틀림없으리라. 그렇다면 이제 곧 부처님과 수달 장
자에게 은혜를 갚아야겠다.'
그녀는 곧 천관을 쓰고 보배로 몸을 장엄하여 꽃과
향을 뿌리며 천상에서 내려와 부처님과 수달장자에
게 공양한 다음, 부처님께 다시 엎드려 예배를 올렸
다. 이에 부처님은 그녀를 위해 여러 가지 진리를
말씀해주셨다. 그녀는 부처님의 진리를 듣고 곧 깨
들음을 얻은 다음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
다음날 이른 아침에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사뢰었

"세존이시여, 어젯밤 부처님께 비친 광명은 무엇이
었습니까?"
"수달 장자의 교화를 받은 빈궁한 여인이 담요한장
을 보시한 공덕으로 천상에 태어났다가 어제 나를
공양하기 위해 인간세계로 내려왔는데 그때 비춘 광
명이니라."
부처님의 말씀을 들은 비구들은 모두 기뻐하면서 불
법을 더욱 잘 봉행하였다.

(찬집백연경)

불교에서 제시하는 가장 이상적인 인간상은 보살이
다. 한편으로는 한없는 지혜와 깨달음을 구하고, 다
른 한편으로는 남에게 한없는 이익을 베풀어주는 사
람이다. 여기에 나오는 수달 장자가 바로 그러한 사
람이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을 되돌아보면 우리들 중에는 인
간으로 태어나 인간이길 포기하고 사는 사람이 얼마
나 많은가? 자신만의 이익과 영달을 위해 남을 처참
히 짓밟고 남의 고통과 불행 위에 자신의 부를 추구
하는 사람들, 남의 불행을 위로하는 척하며 속으로
는 박수를 치는 간악한 중생심이 우리의 마음속에
들어 있지는 않은지 모두가 자성해 볼일이다.
수달 장자가 보시의 공덕을 깨우쳐 줌으로써 한 여
인이 구원을 받게 되는 이 설화는 매우 감동적이며,
우리를 다시 한번 반성케 한다.